김형선 바이올린 독주회

Music 2010. 11. 15. 10:50

글씨를 잘 쓰는 방법에 대한 짧은 글을 읽은 기억이 있다. 가장 기본적인 부분을 끊임없이 반복하고, 반복량을 계속 늘려가면 어느 순간에 몸이 그것을 완전히 익히고 기억하게 된다. 그 순간부터는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숙달시키고 표현해 나가면 되는 것. 결국 몸을 쓰는 모든 것의 가장 근본적인 원리는 저기에서 시작하는 것이라 깔끔하고 정갈한 연주라든가, 담대하고 원숙한 표현, 예상하지 못했던 창의적인 발상...과 같은 경지는 모두 그 이전에 가장 뻔하고 지루하기 짝이 없는 과정을 견뎌내고 체화하고 나서야 바라볼 수 있는 어떤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계속 하게 된다. 내가 가장 부러웠던 것도 훌륭한 연주 자체에 대한 경외감과 더불어 그 뒤에 당연하게 뒷받침되어 있을 밀도높은 일상에 더 가깝기도 하고.

직접 악기를 다루기 전에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것들을 인식할 수 있게 된 것은 무척이나 신선하고 달가운 경험인 반면, 조금이나마 인식의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깨우칠때 마다 더불어 내가 아는 것이 무척이나 적고 부족하다는 사실 또한 절실하게 깨우치게 된다. 예전과는 달리, 아는 것이 약간이나마 늘어날 수록 무언가에 대해 말하는 것이 무척이나 조심스럽고 어려워진다는 사실 또한 절실해지는 것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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