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만큼만 따뜻한 날들을 바라며

Literal 2008. 6. 2. 00:07


[침묵도 죄]라면 내가 저지르고 있는 죄는 깊고 넓다. 나는 분노하지만 행동하지 않았기 때문에. 한 때는 들끓는 마음에 세상을 바꾸는 날들을 바랐던 적도 있지만 충분히 어린 나이에 나는 일찍 실망하고 입매에는 조소를 품고 행동하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세상을 비웃는 것을 세상을 충분히 알게 된 사람이 할 수 있는 몇 안되는 일이라고 믿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그런 나를 행동으로 다시 비웃어 주었다. 세상을 바꾸기 위해서는 밝은 희망으로 한 발자욱이나마 내딛어야 한다. 직접 그것을 보여주는 사람들 앞에 내 방관과 내 논리는 결국 나 자신을 정당화하려는 핑계일 따름이다.

DCinside를 늘 좋아하지 않던 나였지만 이번 음식갤러리의 모금운동을 보고는 한켠이 아릿했다. 우리나라는 어느덧 이 정도까지 왔다. 사람들이 마음을 모으고, 그 모인 마음들이 행동할 수 있는 힘이 되었다. 작은 금액이나마 입금하면서, 나는 많이 부끄러웠다. 다른 사람들은 모르겠지만 내가 한 입금은 행동하지 않는 나 자신에 대한 변명이자 위선에 가까운 것이라는 사실을 나 자신이 느끼고 있기 때문에 그렇다.

그러나 위선도 선이었으면 좋겠다. 내 부끄러움을 덮기 위한 작은 변명이나마 오늘도 행동하는 사람들에게 작은 힘이 될 수 있다면 좋겠다. 오늘 하루 종일 내리쬐었던 따뜻한 햇살만큼만 따뜻한 날들을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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