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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ologue 2007. 4. 27. 00:02
크게 기대하지 않았지만 간절하게 바랬던 일이었음에도 무슨 말을 해야 할 지 알 수가 없었다. 가슴아린 목소리. 듣고 있는 것만으로도 눈물이 괴어서, 한 마디라도 뱉았다가는 왈칵 울어버릴 것만 같았다. 아무렇지 않은 척 포장하고 버티고 있었지만 그게 아니라는 것은 내가 더욱 더 잘 알고 있었으니까. 절반이 넘는 한숨 끝에 살짝 다가오는 의미없는 안부 인사. 손을 내밀어 당신에게 닿고 싶은 생각만이 머릿속에 가득 차올라 주체할 수 없을 정도가 되었지만 도저히 그럴 수가 없었다. 내 사랑의 시작도, 내 사랑의 끝도 내 의지로 가능한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다시 당신을 사랑할 수 있다면... 덧없는 생각들, 헛된 기대, 지나친 욕심. 짧은 전화 한 통에 마음 속에는 커다란 파도가 일렁이기 시작한다. 억지로 잦아든 울음과 지독히도 꺾이지 않는 작은 희망이 하루하루 더 강하게 나를 괴롭히기 시작한다. 잠못드는 밤, 당신의 얼굴이 어른거려 눈 감을 수도 없는 하루. 하루에도 수십번씩 전화기를 열어 당신의 번호를 바라본다. 속절없이 나약한 나를 탓하고 동시에 주박같이 나를 얽어매는 내 사랑을 탓하고 나를 이런 괴물로 만들어버린 당신을 탓한다. 커져버린 사랑을 전할 수도 없고 사랑을 받을 수도 없는 채로, 당신을 미워할 수도 사랑할 수도 없는 괴물이 되어 버린 나를 본다. 추하고 우스운 몰골로 당신에게 사랑을 구걸한다면 당신은 나를 돌아봐줄까, 만지작거리던 전화기를 애써 닫으며 그런 생각을 지울 수 없는 나를 다시 한번 저주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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