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nish the fight - Halo 3
Games 2008. 1. 6. 12:51Halo 3의 거대한 성공은 게임 산업 자체를 다시 돌아보게 한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발매 첫날 기록한 그 까마득한 판매량과 예상 매출만으로도, 이제 게임이라는 미디어가 세간에서 아직도 받고 있는 하류 문화라는 평가와는 관계없이 온전한 산업으로 기능할 수 있는 규모가 되었음을 여실하게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게임 산업은 조금 비정상적으로 균형적이지 않게 자라난 아이 같아서, 규모는 현재의 영화 산업과 같은 정도로 커져가고 있지만 세평에 있어서는 예술로 인정받지 못하던 초기 영화와 비슷한 평가를 받고 있는 셈이다. 무수한 게임과 개발자들이 알게 모르게 영화에 대한 컴플렉스를 노출하고 이른바 영화같은 게임을 만들며, 그러한 류의 게임이 훌륭한 게임으로 칭송받는 데에는 영화와 게임이 시각적인 감각을 공유하는 미디어이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이러한 배경도 완전히 무시할 수는 없을 듯 싶다. Halo를 위시한 블록버스터급의 게임들의 성공이 이어지면서 게임 산업은 착실하게 규모를 키우고, 현재의 영화 산업처럼 거대 자본화될 가능성이 많아 보인다. 그렇다면, 그렇게 거대한 자본으로 만들어진 게임의 모습은 어떨 것인가? 헐리우드에서 활약하던 영상 감독을 데려와 게임의 영상 시퀀스를 만들고, 헐리우드의 유명 작곡가를 데려와 잘 빠진 OST를 만드는 것은 짜릿한 경험이 되겠지만 나는 그것 외에도 가야 할 길이 충분히 있다고 믿는다. 영화적이지 않은, 게임에서만 가능한 표현으로 영화같은 게임을 능가하는 게임이 나오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