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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Anatomy of Fascism - Robert O. Paxton

Literal 2007. 3. 23. 00:10

파시즘 - 열정과 광기의 정치 혁명
원제 The Anatomy of Fascism (2004) 
로버트 O. 팩스턴 (지은이), 손명희, 최희영 (옮긴이)
출간일 : 2005-01-10
ISBN : 8995530057

차례

1장. 운동하는 파시즘
2장. 파시즘의 탄생
3장. 뿌리 내리기
4장. 권력장악
5장. 권력행사
6장. 급진화인가 정상화인가
7장. 다른 시대, 다른 장소의 파시즘...

파시즘이 만들어낸 광기어린 열풍에 유럽 제국이 휩쓸린 지도 반 세기에 가까운 세월이 지났다. 혹자는 히틀러 한 사람에게만 [유럽 제국을 끌어안고 자폭했다]는 평을 내리기도 하지만, 비중의 정도를 차치하더라도 한 사람에게만 그러한 혐의를 씌우는 것은 옳지도 않을 뿐더러 상황을 바라보는 데에도 그리 바람직하지 못한 방법일 것이다.

비록 파시즘의 끄트머리에 -ism이 당당히 붙어 있다 하더라도 여타의 그것들과 파시즘은 확실히 궤를 달리하는 면이 있다. 이론적인 배경이 굉장히 취약하다는 점, 각각의 국가마다 발현 양상이 매우 상이하다는 점, 매우 다양한 변화를 겪었다는 점 등이 그 대표적인 예. 이러한 특징은 파시즘을 명확하게 정의내리기 어렵게 하고 있다.

Robert O. Paxton의 [The Anatomy of Fascism]은 이러한 측면에 주목하여, 성공하였거나 실패한 파시즘 정권들의 행동양태를 역사적인 순서에 따라 나열하여 파시즘을 정의하고자 한다. 대표적인 파시즘 정권인 독일과 이탈리아에서부터 시작하여 순수 파시즘 운동으로 시작하였으나 독일과 이탈리아처럼 정권 탈취에 성공하지 못한 주변 국가들, 그리고 그 대척점에 서 있던 사회주의 정권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범위를 담고 있다.

파시즘은 이른바 [이론은 있으나 실체가 없는] 경우의 반대에 가까워서, 각 국가마다의 실체는 있으나 그것을 관통하는 이론적 배경은 없는 경우에 속한다. 순수 파시스트들이 저마다의 이론을 가지고 있지 않았던 것은 아니나, 그 이론이 실제 파시즘 운동에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적어서 있어도 크게 영향을 미치지 못했고, 후일 정권을 잡은 후에는 대중 선동을 위해 시시때때로 변하였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살아 움직이는 괴물마냥 모양을 바꿔온 파시즘을 바라보는 시각도 다양해서, 당시 시대 환경이 필연적으로 낳은 결과라는 시각에서부터 히틀러와 무솔리니같은 카리스마적인 지도자에 전적으로 의존했다는 견해까지 손으로 꼽기도 어려울 정도이다.

그러나 Paxton은 이 저서에서 파시즘을 관통하는 핵심을 정의하기는 어려움을 밝히며, 당시의 시대적 상황이 어떻게 파시즘을 용인하였는지, 흔히들 일인 독재 체재로 여겨져 왔던 파시즘 정권 내에서의 권력 투쟁이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피해자로만 여겨졌던 일반 대중과 정권 내 각 부처들이 실제로는 어떤 식으로 파시즘 정권에 가담하였는지 등을 상세하게 아우르며 파시즘 정권에 대한 특성들을 찾아내고 있다.

기존의 파시즘 정권에 대한 선입견을 버릴 수 있는 역사적 사실에서부터 현 민주주의 체제 내에서의 파시즘 정권의 가능성까지 담고 있다는 점에서 볼 때 원제인 [The anatomy of Fascism]이 충분히 어울린다고 할 수 있겠다. 양이 그리 적은 편은 아니지만 문체가 어렵지 않고 역사적 사실들이 많은 편이라 읽기에 어려울 정도는 아니다. 당시의 역사적 상황에 대한 이해가 있으면 더 수월하게 읽을 수 있으나 그렇지 않더라도 습관적으로 명확한 정의 없이 사용되는 [파시즘]이라는 단어에 대해 생각해 보고 싶다면 한 번쯤 읽어 볼 만한 책.

다만 내용과는 달리 책 자체는 그리 고급스럽지 못해서, 페이지 제본이 균일하지 못해서 갈라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 지질 또한 고급스럽다고 말하기는 어려운 편이지만, 덕분에 책의 무게가 상당히 가벼워진 감이 있는 것은 장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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