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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peed of dark

Literal 2007. 5. 27. 19:43

인지를 바탕으로 인식하고, 인식을 통해 얻은 정보를 이용하여 이해한다. 그렇다면 인지의 과정 자체가 다른 사람들은 세계를 어떤 방식으로 인식하고 이해하며 살아가고 있을까? 우리가 통상적으로 받아들이는 이해의 과정, 즉 어느 정도의 편차가 있더라도 공통적으로 그리할 것이라 예측하는 방식과는 다른 방식으로 세계의 구조를 받아들이는 사람들이라면 삶을 살아가는 방법은 우리와 어떻게 다를까. 그리고 그렇다면 우리가 받아들일 수 있는 편차와 그렇지 않은 편차와의 간격은 얼마나 넓은 것일까. 우리는 어떤 기준으로 누군가를 [정상]이라고 이야기하고 그 사람의 일탈을 평균 사이의 오차로 받아들이고, 어떤 기준으로 누군가를 [비정상]으로 단정짓고 모든 행동을 정도를 벗어난 편차로 받아들이는 것일까.

Lou Arrendale과 그와 함께 일하는 분과의 직원들 모두가 가진 단 하나의 증상인 자폐증이 그 간격을 결정짓는 선이 되었다. 그래서 그들은 [비정상]이라는 딱지를 달고 있는 사람들이 되었고, 나머지 사람들은 정상이라는 판정을 받고 그들을 비정상으로 취급할 수 있는 권리를 얻게 되었다. 선대의 자폐증을 가진 사람들은 이미 늙어 사라지고, 후대에 태어날 사람들은 특정 시기에 받을 수 있는 치료를 통해 자폐라는 증상이 사라지기 완전히 직전인 마지막 세대에. 표정으로 기분을 분간하고, 말투나 몸짓으로 의사를 전달하고 관용어를 이용해 표현하는 것에는 완전히 서툴고 힘겨워하지만 특정한 관계를 인식하고 패턴화하여 습득하는데에는 소질을 가지고 있으며 자신이 자신으로 존재하는 데에는 그러한 특질들까지 모두 포함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재직중인 회사에서 실험적인 치료법을 강압적으로 적용하려 들면서부터 많은 것들이 변해가기 시작한다.

[내]가 [나]로 남아있기 위한 조건은 무엇일까. 좋은 점이든 나쁜 점이든, 한 특질을 포함하고 있는 것이 나를 드러낸다고 본다면 그 특질이 변화했을때 나는 여전히 나일까, 아니면 다른 사람일까. 지금까지와 다른 방식으로 세상을 인지하게 되는 나는 여전히 나일까. Lou Arrendale은 끊임없이 고민하고, 결국은 선택한다.

일상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던 세계의 구성이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다가올 수 있음을, 그리고 그 가운데 새로운 인식을 얻을 수 있다. 자폐아를 입양하여 20여년 이상 양육하면서 작가가 얻은 자폐아의 묘사 또한 탁월하다. 정상과 비정상을 가르는 기준, 세계를 인지하는 방식에 대한 일상적인 편견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만들어 주는 책. [우주류]로 이름을 알리신 정소연씨의 깔끔한 번역도 즐거움을 더한다. SF 카테고리로 묶여 있지만 기반이 되는 간단한 설정을 제외하고는 SF적인 설정에 휘둘리지 않는 책이기 때문에 카테고리에 대한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는 책. Ted Chiang의 [Stories of Your Life and Others]와 함께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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