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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트웨어, 누가 이렇게 개떡같이 만든 거야

Literal 2008. 4. 29. 23:28


소프트웨어, 누가 이렇게 개떡같이 만든 거야
데이비드 플랫 (지은이), 윤성준 (옮긴이) | 인사이트
ISBN(13) : 9788991268395

[사용성]이 대세다. 그걸 UI라고 불러도 좋고, 사용자 접근성이라고 풀어서 말해도 좋다. 오프라인-PC로 이어지는 전통적인 관념의 소프트웨어의 의미가 희석되는 대신 소프트웨어 플랫폼이 웹이나 모바일 기기까지 아우를 정도로 급격하게 넓어지면서 사용자에게 친화적인 소프트웨어 환경에 대한 관심이 크게 증가하였기 때문이다. 말이 나와서 말이지, 가끔씩은 이걸 어떻게 쓰라고 만들었는지 궁금할 정도로 꽉 막힌 소프트웨어들을 볼 수 있다. 작자의 말마따나 우리는 비용을 지불하면서 - 그것이 직접적인 금전의 지출이 되었든 다른 방식이 되었든 - 까지 불편함을 감수하고 있는 셈이다.

소프트웨어가 이렇게까지 불친절해지는 원인은 다양하겠지만, 가장 밑바닥에는 [만드는 사람과 사용하는 사람과의 괴리]가 깔려 있다. 이렇게 사용하겠거니 싶어 만들어 놓으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절대로 그런 방식으로 사용하지 않는다. 소프트웨어에서 유독 이런 문제가 크게 불거지는 이유는 역시 실물이 손에 잡히지 않고 시간과 돈만 허락한다면 무한히 수정이 가능한 특징 때문일 테고. 거기에 더해 기술적인 난제라든가 만드는 사람들에 대한 특이함과 같은 문제에 대해서도 작자는 언급하고 있다. 그러나 시대의 흐름을 타고 있는지 웹 서비스로서의 소프트웨어나 보안과 같은 문제에 대해서는 상세하게 언급하는 반면 전통적인 의미에서의 소프트웨어에 대한 지적이 다소 부족하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게다가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는 부분에서도 낄낄거리며 웃고 즐기기에는 좋은 소위 [까는] 내용들은 많지만 진지하게 고려해서 반영할 만한 부분에 대한 언급은 그리 많지 않은 편이어서, 외려 예전부터 사용자 친화적인 설계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본 사람들에게는 그다지 입맛에 맞지 않는 구석이 많다.

바르게 설계되지 못한 소프트웨어들을 씹는 부분 또한 그렇게까지 깊게 분석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이른바 [Post Mortem]을 기대했던 본인같은 사람들에게는 실망스러운 부분이 제법 있는 책. 정신 못차리는 사람들을 각성하게 만드는 정도로 딱 좋은 내용과 분량이라서, 평소 그야말로 [개떡같이] 디자인을 하고 있는 프로그래머/디자이너들에게 던져주고 각성을 촉구하기에는 매우 적절한 용도라고 하겠다. 책에서는 대체로 늘어진 티셔츠입고 콜라 쌓아놓고 밤새도록 날코딩하는 전형적인 이미지의 프로그래머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경향이 있지만 UI에 대한 설계나 접근은 실제 코딩을 하는 사람보다는 UI디자인을 하는 사람들이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부분이 아닐까 싶다. 물론 프로그래머가 디자인 의사 결정에 어느 정도 영향력을 미치고, 국내처럼 UI디자인에 대한 인력 수요나 공급이 모두 부족한 상황에서는 모두가 함께 짊어가야 할 짐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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