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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cBook Air, 당신의 날개가 되어 줄 수 있을까?

Gadget 2008. 1. 17. 00:20

노트북의 활용 용도를 전적으로 어딘가에 항상 들고 다니는 것에 두는 본인과 같은 사람에게 있어서 애플의 노트북은 노트북이라기보다는 데스크탑에 가까운 재앙이다. 크기로는 12.1'와 무게로서는 1.6kg이 마지노선임을 주장하는 것이 솔직히 빡빡하기 그지없는 기준이라는 것에는 동의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소위 입문기로서의 맥북 라인업을 지나 맥북 프로로 눈을 돌려보면 그 잘 떨어지는 라인과 함께, 잘 갖추어진 사용자 환경을 감안하더라도 영원히 손이 닿지 않을 어떤 것임에는 분명하다. 나는 차라리 투박하고 어디 뻔한 회사에 다니는 것처럼 악을 쓰는 디자인을 가지고 있고 애플 매니아들에게는 악명높은 윈도우밖에 구동할 수 없더라도 조금 더 가벼워서 들고 다닐 수 있는 델을 주저없이 선택할 테니까.

잡스도 어지간히 맥북을 짊어지고 다니는 것이 마뜩찮았던지 아니면 우리가 짐작할 수 없는 많은 이유가 있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Air는 이런 관점에서만 볼때는 축복이요 광휘에 가깝다고 할 수 있겠다. 이 노트북을 손에 쥐고 있다면 우리는 한 쪽 어깨, 혹은 백팩을 메면 두 쪽 어깨에 걸쳐 떨어지는 2kg이 가볍게 넘어가는 - 가방이 무겁다면 1.5배쯤의 - 무게를 더이상 의식하지 않고 자유로이 거리를 활보할 수 있게 될 테니까. Air는 발목을 묶는 족쇄를 대신해 등에 달린 날개가 되어 줄 것 처럼 보인다. 하물며 파일에 집어넣고 책꽂이에 꽂아도 될 그 두께라니! 첨단의 기술을 바깥으로 드러내어 사용자를 유혹하는 데 전력을 다하는 수많은 메이커와는 달리 크기와 무게라는 가장 기본적인 요소에만 전력을 다해 하나의 제품을 디자인해낸 감각만큼은 충분히 경탄하여도 부족함이 없을 것이다. 비록 애플이 되지는 못한 누군가가 예전에 시도했다고 해도 뭐 어떤가. 가끔 쓸데없이 한 발 빨라 충분한 박수를 받지 못하는 일군의 엔지니어들에게 잠시 애도를.

그러나 매끈하게 잘 빠진 몸체 아래에 서 있는 가격표와 사양을 생각해보면 마냥 들떠오른 기분은 살짝 가라앉기 시작한다. ODD같은 사소하기 짝이 없는(!) 디바이스를 뺀 것이야 얼마든지 환영이지만 열정적인 PT를 위한 VGA포트..가 별도의 액세서리를 필요로 한다든가 - 대부분의 기업용 프로젝터는 RGB를 쓰지요 - USB 메모리를 꽂고 나면 마우스를 꽂을 수 없다든가, Et cetera, Et cetera. 다른 이들에게는 어떨지 몰라도 스스로에게만큼은 가격만큼 활용도가 높지 않은 기기임이 명백함에도 한참 넋을 잃고 카탈로그를 바라보고 있었던 것을 생각해 보면 무언가를 산다는 행위는 장점과 단점들을 요모조모 따져보는 이성적인 부분만큼이나 감성적인 부분도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비록 Air가 나의 날개가 되어 주지는 못하겠지만 안 그래도 조만간 사야 할 노트북, 무얼 살까 고민하던 리스트에 선택지만 하나 더 늘어나 머리가 조금 더 복잡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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