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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two-income trap

Literal 2007. 5. 30. 15:20
맞벌이의 함정 - 중산층 가정의 위기와 그 대책
원제 The Two-Income Trap - Why Middle Class Mothers and Fathers Are Going Broke (2003)
아멜리아 워런 티아기, 엘리자베스 워런 (지은이), 주익종 (옮긴이) | ISBN(13) : 9788991071025


명백한 사실에서부터 시작해 보자. 현 세대의 가계소득의 합계는 인플레이션을 감안할 때 한 세대 이전의 그것에 비교할 때 약 170% 정도이다. 소득수준의 증가가 명확하게 보이고, 이유 또한 자명하다. 명징하게 보이는 소득활동에 참여하지 않았던 여성들이 사회활동에 참여함으로서 얻은 소득이 가계소득의 증가로 이어졌다. 일반적인 상식에 비추어 볼 때 소득수준의 증가는 가정의 생활 수준을 끌어올리는 동시에 불의의 사고로부터 가정을 보호하는 안전판 역할을 해 주어야 한다. 그러나 1999년 기준으로 가정파산을 신청한 여성의 숫자는 - 편모가정을 포함하기 때문에 [여성]의 숫자가 된다 - 81년 대비 무려 662%가 증가했다. 숫자가 틀렸든 기존의 관념이 틀렸든 둘 중의 하나는 옳지 않음이 분명해 보인다.

많은 경제학자들이 이러한 파산의 원인을 경제활동을 하는 개인에게로 돌린다. 수입의 증가에 따라 굳이 필요하지 않은 재화에 불필요하게 수입을 낭비함으로써 스스로 위기를 초래했다는 주장이 바로 그것이다. 경제활동의 주체는 결국 개개인이고, 그 개개인의 선택에 따라 소득을 소비한다는 점만 본다면 수긍할 만 하다. 그러나 이렇게 간단하게 정리될 문제라면, 이렇게까지 높은 증가율을 설명할 방법이 없다. 누군가는 소득 수준에 맞지 않는 귀금속 따위를 구입하느라 한 달치 월급을 다 써버릴 지도 모른다. 그러나 증가율의 모든 원인이 그것 하나 밖에 없는 것일까?

[비용의 증가]로 상황을 설명해 보자. 주택비용의 상승이 대부분 가정에게로 돌려졌다. 주로 파산 신청을 하는 가정 구성 - 유자녀 부부 - 의 주택 구입비는 15년 사이 약 100% 상승했다. 이러한 구입 비용을 감수하고 구입한 집이 이전 세대에 비해 넓어지고 호화로워진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 중요하다. 소위 교육 환경이 좋은 - 좋은 공립 학교에 배정받을 수 있는 - 곳에 위치하고 비교적 안전한 장소를 구하는 댓가가 그 비용이다. 그리고 이 비용의 급격한 증가는, 모순같지만 수입의 증가에 의존한다. 맞벌이의 증가로 가계의 소득이 증가하면서, 증가분의 소득이 주택 구입비를 상승시키는 입찰 경쟁을 불러오게 된 것이다. 이미 한 세대가 지나는 동안 이러한 현상은 고착되었고, 개별 가정이 이러한 경쟁을 중단하려고 마음먹는 순간 그 가정만 탈락해 떨어져 나가게 된다. 이와 더불어 비용의 증가는 다른 곳에서도 나타난다. 전업주부가 가정에서 이탈함으로써 가정내 비용이 증가하게 된 것이다. 아이를 키우고, 아픈 누군가를 간호하고, 집을 돌보는 모든 것이 전업주부가 직업전선에 뛰어드는 순간 가계 내의 비용으로 고정된다. 게다가 자녀의 교육비 또한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학교에 입학하기 전 프리스쿨에 들어가는 비용, 한해한해 올라가는 대학 등록금은 온전히 사회가 아니라 개별 가정의 몫이 되기 때문이다. 결국, 예전 세대와 같은 수준을 영위하기 위해 예전보다 더 소득을 올려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문제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이러한 비용의 증가는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는 점이 더 큰 문제가 된다. 전체 소득 대비 고정비용의 비율이 크게 늘어났기 때문에, 구성원의 일시적인 휴직/해고나 병환과 같은 재난이 닥치게 되면 아무런 안전판 없이 그대로 파산이라는 파멸로 이르게 된다. Downshifting의 허상은 여기에서 드러난다. 많은 사람들이 문제가 생겼을때 외식을 줄이고, 통화비용을 줄이고 살면 해결될 문제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매달 고정적으로 납부해야 하는 주택비용, 자녀의 교육비, 병원비의 비중이 일반적인 소비보다 훨씬 크고 무거우며, 쉽게 포기할 수도 없다. Downshifting을 쉽게 이야기하는 사람들에게 당장 가족의 병원비를 줄이라고, 십수년에 걸쳐 구입한 집을 팔아 전세로 옮기라고 이야기하면 쉽게 수긍할 수 있을까.

사회적인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기능하지 않을때, 개별 구성원의 합리적인 선택이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 명확하고 깔끔하게 정리하고 있다. 미국의 경제상황을 기준으로 쓰여진 책이지만 현재 한국의 사정에 비추어보면 놀라울 정도로 맞아떨어지는 부분이 많다. 경제활동을 시작한 사람이라면 맞벌이를 하고 있지 않더라도 한 번쯤 읽어보아야 할 듯. 해결책으로 제시하고 있는 것들이 대부분 사회적인 방법이기 때문에 답을 얻을 수는 없지만, 경제학자들이 이야기하고 있는 편견에 가까운 주장을 올바로 바라보는데에는 큰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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