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년 12월에 본 영화들

Movies 2007. 1. 10. 00:55

* 사랑할 때 이야기하는 것들 *


정도의 차이나 시기의 차이는 있겠지만, 사랑만으로 두 사람이 함께 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는 날은 누구에게나 온다. 이미 그런 날을 훌쩍 넘겨버린, 사랑이 마냥 행복하기보다는 오히려 부담스러운 짐이 되어버린 사람들의 이야기. 가족이 굴레인 두 사람이 부르는 [즐거운 나의 집]이 묘하게 씁쓸하다. 시종일관 잔잔하고 조용하지만, 그래서 더 현실같고 가슴아픈 이야기. 원제인 [미열]쪽이 지금의 제목보다는 나아 보인다. 새로이 사랑을 시작하는 달뜬 연인들에게는 조금 어울리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추천.


* 올드미스 다이어리 *

늘어짐 없이 깔끔하게 TV 시트콤의 긴 내용을 옮겨왔다는 것만으로도 일단 합격. 시종일관 유쾌하고 즐겁다. 주연/조연 가리지 않고 인물들이 확실하게 살아 움직인다는 것이 장점. 다만 최미자의 상대로 소위 [개싸가지지만 사랑스러운]역할을 맡아야 할 지현우가 조금 흐릿하달까. 더불어 TV에서는 제법 비중있던 최미자의 두 친구들이 거의 나오지 않는다는 점도. 정신없이 웃을 수 있지만 한국의 나이 있는 올드미스들에게는 한편으로 크게 공감가는 내용들이 종종 있다. 까메오 출연하는 이휘재를 기억하시라.


* 중천 *

총체적 난국. 세계관은 흐릿하고, 인물은 딱딱하며 전형적이라 개성은 찾아볼 수 없다. 이야기의 흐름은 중구난방. 다만 CG와 미술 수준 정도만 볼만하다. 워낙에 다들 연기를 못하는 터라 김태희의 연기가 눈에 튈 정도로 못해보이지 않는 것이 장점인지 단점인지 알 수 없다.


* 007 Casino Royale *

불안불안하던 007 시리즈의 기사회생. 그동안 흘러넘치던 기름기를 말끔히 제거하고 폭력적이며 야성적인, 날것의 느낌이 흘러넘치는 본드가 돌아왔다. [본드니까 된다]식의 어처구니 없는 카지노 작전은 좀 흠으로 보이지만 소위 깡노가다 스타일의 본드인 다니엘 크레이그의 색다른 매력이 좋다. 이야기는 군데군데 단절이 보이고 흐름이 조금 늘어지는 면이 있지만 전체적으로 나쁘지 않다. 세계정복 따위에 불타오르지 않고 제몸 건사하기에 바쁜 악당도 이색적. 다만 007만의 느낌이 조금 사라진 것 같은 아쉬움은 있다. 기존의 시리즈와는 다른 오프닝 신이 대단히 매력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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