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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s 2010. 12. 26. 21:28
여러 가지 면에서 지독했던 영화. 전작인 [추격자]가 인물 대 인물의 대결 구도에 전력을 다해 영화를 밀어붙였다면, 이번에는 사건이 파국으로 커져가는 양상을 지독하게 쫓는다는 인상이 강하다. 독하다는 말 외에는 달리 표현하기 힘든 신들이 폭포처럼 터져나오지만 후반부 들어 그 신들이 연결되는 사이에 틈새가 얼깃 보이기는 한다. 다만 이야기의 얼개에 집중했다기보다는 사람을 숨막히게 짓누르는 파국을 만들어내는 것에 집중했다고 보면 될 듯. 하정우 / 김윤석이 보여주는 연기의 성취는 훌륭했던 전작에 비교해서도 너무나 뛰어난데, 화면에 잡히는 것 만으로 화면 전체를 장악하는 김윤석도 훌륭하지만 영화 전체를 휘어잡고 있는 하정우의 존재감은 대단하다. 본인은 이 영화를 찍으면서 군대를 두 번 간 느낌에 가깝다고 인터뷰에서 이야기 한 적이 있는데, 영화에서 보이는 것 만으로도 촬영 현장이 얼마나 혹독했을지 짐작이 갈 정도. 악착같이 이 정도까지 성취를 이루어 낸 감독은 전작에 이어 자신만이 해 낼 수 있는 경지에 이르렀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감히 최고라고 망설임없이 부를 수 있는 [추격자]에 비교하면 사람에 따라 다른 평가를 내릴 만한 구석은 제법 있다. 일견 현실적으로 보이지만 극적으로 희화화된 캐릭터들이, 현실의 서울을 바탕으로 하면서도 기술적으로 잘 조절된 잿빛의 화면 톤을 통해 화면 전개를 현실과 관람자에게서 분리시켜 내는 부분은 경이롭다. 하지만 이렇게 잘 만들어진 화면에 비해 사운드쪽에서 시종일관 대사쪽이 무너지는 느낌이 드는 것은 약간 아쉬운 대목. 구남역의 하정우의 연변사투리나 발성이 매우 극적인데, 이 부분이 뭉개져서 전달되는 부분이 있어 이야기 전개에 맥이 끊기는 부분이 있다. 모든 것이 끝나는 순간 아무 것도 제대로 이루어지는 것이 없다는 점에서는 [추격자]가 보여주었던 인상깊은 엔딩신과 일맥상통하는 지점이 있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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