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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06.30 Transformers

Transformers

Movies 2007. 6. 30. 23:36



우리가 마이클 베이에게 기대하는 어떤 것들의 목록을 만들고 순위를 매겨보라고 이야기한다면, 화려하고 강렬한 이미지와 거대한 스펙터클은 항상 우선 순위에 있을 것이고 사람을 감탄시킬 수 있는 장대하고 잘 짜여진 이야기 구조는 바닥이나 순위권 밖에 있을 것이다. 나는 이것을 마이클 베이에 대한 폄하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내가 마이클 베이의 스타일을 좋아하지 않는 것과는 별개로, 그는 이러한 자신의 장단점을 잘 조합하여 적어도 보기에 즐겁고 잘 팔리는 영화를 생산해 내는 능력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번에는, 그야말로 남자들의 꿈과 희망(이거나 혹은 이었거나)인 변신 로봇인 다음에야 이미 시작하기도 전부터 점수를 반은 먹고 들어갔다고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니겠다.

다행스럽게도 영화 내내 마이클 베이는 처음 먹고 들어간 절반의 점수를 성공적으로 지켜 내는 듯 하다. 보통의 SF영화에서 흔히 보일 법한 도식적인 색채와 배경위에 덧대어 그린 로봇들의 이미지는 비유나 은유 없이 문자 그대로 화면 속에서 살아서 움직인다. 육중한 무게가 부딪혀 나가떨어질때 느껴지는 아찔한 충격, 그 큰 몸에서 터져나오는 강렬한 속도감을 바라볼 때면 어릴 적 변신 로봇을 좋아했고 지금에 와서는 자동차에 돈을 쏟는 보통의 남자들이라면 아드레날린이 분출하는, 아니 몸에서 피가 끓는 느낌을 받았을 게다. 처음 지구에 도착한 로봇들이 변신하는 장면도 빼 놓을 수 없을 것이고.

다만 앞서도 이야기했듯, 마이클 베이에게 기대하지 않은 어떤 것을 여전히 여기서도 기대할 수 없다. 강렬한 이미지들의 연속 사이에 얼기설기 끼워넣은 이야기들은 이미지의 충격이 가실 때 쯤이면 같이 허물어져 내린다. 두 시간에 가까운 시간 동안 영화는 온 몸으로 이미지를 받아들이길 강요하지만, 반대로 이야기에 대한 감정 이입을 요구하지는 않는다. 스스로도 그것이 가능하지 않음을 알고 있는 것 처럼 보일 때가 있다.

액션을 조각하는 능력이 조금만 더 정교했더라면, 나는 Two thumbs up을 외치며 그것만으로도 온전히 가치가 있는 영화라고 주장했을 것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멋진 화면은 때로는 집중하기 어려울 정도로 어지러울 때가 있다. 나는 엄지손가락을 들고 사람들에게 피끓는 화면만으로도 충분히 볼 가치가 있는 영화라고 이야기하겠지만, 반대로 그것을 제외하고서라도 볼 만한 가치가 있는 영화라고 이야기하기는 힘들 것 같다. 그래도 변신 로봇을 안고 잠들었던 남자들이나, 지금도 가끔 즐거운 꿈을 꾸는 모든 사람들에게는 이 정도만으로 충분하기는 하다. 꿈 속에서, 머릿 속에서 그렸던 것들이 화면 속에서 살아 움직이는 모습을 볼 수 있을 날이 올 거라고는 나도 수이 생각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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