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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4.19 Tomb Raider : Underworld

Tomb Raider : Underworld

Games 2009. 4. 19. 14:07
제작사가 바뀐 이후의 첫 번째 TR 시리즈였던 Legend 시리즈는 그 캐쥬얼한 플레이 감각이 특징적인 게임이었다. 이전의 TR시리즈에서 강조하고 있던 부분인 퍼즐(6편은 논외로 하자)의 난이도를 대폭 낮추고 전투와 보스전의 비중을 높임으로서 요즈음의 액션 게임의 트렌드에 익숙해진 유저들을 이끌어 들이는데 성공했다. 이러한 접근 방식에 대해서는 이미 이전의 리뷰에서 나쁘지 않은 접근이라고 이야기한 기억이 난다. 그러나 트렌드에 충실한 액션 게임으로서의 TR이라는 것은 역으로 이야기하면 TR만의 장점이 탈색되어 흐릿해진 보통의 액션게임과 비슷해진다는 이야기로, 실제로 Legend에서의 퍼즐들은 일반적인 액션 게임, 심지어는 알게 모르게 TR의 영향을 매우 많이 받은 방계 계승자라고 칭해도 부족함이 없을 법한 페르시아의 왕자 트릴로지(이 역시 근래의 4편은 논외로 하자)보다도 특정한 3차원 공간을 이용한 퍼즐 풀이로서의 매력은 대폭 감소했다. 말하자면 라라 크로프트의 스킨을 빼고 나면 이 게임이 보통의 액션 게임과 다른 점을 찾기가 힘들어진다는 점이 문제가 되는데, 악명높은 난이도로 유명한 이전의 시리즈들 중 기념비적인 작품인 첫 번째 작품을 리메이크하면서 이런 저런 경험을 쌓은 크리스탈 다이내믹스는 새로운 시리즈인 Underworld에서 그 능력을 충분히 발휘했다는 느낌이다. 시리즈의 Reboot으로서의 Legend와 고전의 재해석으로서의 Anniversary 뒤에 본격적인 재시작으로서의 Underworld라고 할까.

TR시리즈를 시기별로 구분해 보면 조작계를 일신하게 되는 커다란 구분점이 두 부분이 있는데, 키보드만을 이용하다가 조작계가 완전히 바뀌는 6편이 그렇고, 6편의 지대한 혹평 이후 일반적인 마우스-키보드 인터페이스(혹은 적절한 콘솔 인터페이스)로의 변환이 이루어지는 크리스탈 다이나믹스 이후의 조작계가 그렇다. 조작계의 일신과 더불어 크리스탈 다이나믹스 트릴로지의 큰 특징이 이전의 시리즈에서는 찾아보기 힘들었던 다양한 동작의 추가와 함께 엄청나게 너그러워진 동작의 판정이 그것들이다. Legend에서 처음 추가된 그래플의 경우 Legend 내에서는 그야말로 구색 맞추기에 가까운 - 특정 장소에서만 활용 가능한 기믹 - 의 느낌이 굉장히 강했던 아이템인데, Underworld에서는 전방위에서 활약하는 퍼즐 해결의 주요 도구가 되었다. 특히 Underworld의 퍼즐들이 높이와 너비를 제법 강조하는 퍼즐들이 잇따라 등장함에 따라서 그래플의 익숙한 사용은 퍼즐의 난이도를 조절할 수 있을 정도로 중요한 문제가 되었다. 더불어 포인트에 올라서기 / 봉을 타고 올라서기와 같이 Anniversasry에도 일부 추가되었던 동작들도 익숙하게 사용할 수 있지 않으면 힘들어지는 부분이 있다. 이러한 다양한 동작들의 추가와 함께 그랩 가능한 물건들도 대폭 추가되어서 (Lara's shadow에 등장하는 기믹을 제외하고) 클라이밍 포인트라든가, 봉을 뽑아서 다른 위치로 옮길 수 있는 등 약간이나마 머리를 써야 하는 부분이 상당수 늘어났다. 명확하게 이 지점을 잡을 수 있다/없다를 드러냈던 Legend 시리즈와는 달리 조금 시간을 들여 추측하지 않으면 확실하게 짚어낼 수 없는 부분들이 조금씩 생겼기 때문.

Underworld에서 가장 주목할 것은 이러한 기타 동작이나 전투동작과 같은 여러 부수적인 추가점들에 있는 것이 아니라 좀더 TR 본연의 자세로 돌아간 공간을 충분히 활용한 퍼즐이다. 이전의 Legend에서의 퍼즐들은 퍼즐 자체의 난이도도 낮은 편이었지만 그보다는 각각의 스테이지가 굉장히 일직선적이며 각 공간마다의 유기적인 결합도가 매우 낮아서, 한 부분에서 특정한 문제를 해결하고 다음 단계로 넘어감으로써 그 부분의 풀이를 완전히 종결짓는 느낌이 강했다. Underworld에서는 약간 더 유기적이고 복잡한 형태를 만들어서, 하나의 공간을 제시하고 그 공간 안에서 비교적 유동적인 순서로 퍼즐 조각들을 해결한 다음 그 조각들의 합을 통해 다음 단계로 진행할 수 있도록 만들어 놓았다. 이러한 구성이 퍼즐에 익숙치 못한 초심자들에게는 막막함을 줄 수 있지만 반대로 어느 정도 숙련된 플레이어들에게는 호쾌한 감각을 제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충분히 환영할 만한 점이라고 본다. 물론 각각의 퍼즐들 자체의 난이도가 그리 높지 않은 편이기 때문에 시종일관 짜증만을 유발하는 막막함은 거의 없고 초심자들도 크게 무리 없이 진행이 가능할 만한 수준이다. Legend에서 가능했던 다음 위치를 향해 직감적으로 뛰어드는 플레이가 대부분의 장소에서 이루어진다. 

Underworld의 난이도는 Legend보다는 높고 애니버서리보다는 좀 낮다는 느낌 정도로, 적당히 근성을 발휘해서 곰곰히 생각하면 walkthrough 없이 누구나 해결할 수 있을 만한 정도이다. 개인적으로는 이 정도가 딱 괜찮은 지점이라고 생각하는데 퍼즐 자체의 해결에 지대한 희열을 느끼는 플레이어들에게는 그다지 만족스럽지 못할 수도 있지만 아무래도 난이도가 높아질 수록 이를 플레이하면서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사람이 상대적으로 줄어들기 때문이다. 앞서 이야기한 것 처럼 퍼즐이 전체적으로 공간감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만들어졌고, 레벨 디자인도 이에 기반하여 만들어졌기 때문에 비교적 협소한 느낌을 주었던 Legend 시리즈에 비해 탁 트인 느낌의 스테이지에서 게임을 진행할 수 있다는 것은 큰 장점이다. 그래픽 자체의 수준을 논하기 이전에 레벨 디자인에서 보이는 풍광의 느낌이 굉장히 좋다. Legend 시리즈에 비교해 보았을때 퍼즐의 난이도가 올라간 것에 더해 선명하게 드러나는 차이점이 하나가 더 있는데, 전투의 난이도와 비중이 그야말로 드라마틱하게 낮아졌다는 점이다. 게임 중에서 추가무기의 탄약을 수급할 방법이 없고, 게임 시작 전/플레이 중에 다른 무기를 선택할 수 있게 변경되어서 탄약이 아예 없는 상황은 피할 수가 있게 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것에 앞서 전투 자체의 비중이 게임 전체를 기준으로 없다시피할 정도로 낮아져서 무기를 사용할 상황 자체가 거의 생기지가 않는다. 새로 추가된 근접 액션의 경우도 마찬가지. 전투의 비중을 극도로 줄이고 퍼즐 풀이를 통한 쾌감 전달에 중점을 둔 게임 디자인인데, Legend 시리즈에서 비교적 엇비슷하게 등장했던 몇 번의 보스전 같은 것도 아예 등장하지 않는다.

차세대기 초반부 (이게 벌써 06년이다!)에서 비교적 괜찮은 그래픽을 보여주었던 첫 작품과, 비교적 Shader의 사용을 자제하고 고전적인 느낌을 보여준 Anniversary에 비교해 볼 때 Underworld의 그래픽은 많은 부분에서 발전을 이루었다. 다만 해상도가 다소 높은 PS3 버전에서는 심한 프레임드랍이 생기는 지점이 있다고 하는데, XB360버전에서는DLC의 일부 부분을 제외하고는 그런 단점을 발견할 수는 없었다. 어차피 콘솔버전에 특화된 부분이 거의 없는 게임이니만치, 가능하다면 최상의 환경을 제공하는 PC버전으로 플레이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멀티플랫폼으로 발매된 게임의 볼륨이 그렇게까지 크지 않다는 생각이 들게 되는데, XB360으로 발매된 추가 DLC 두 개를 합쳐서 플레이를 마치고 나면 일반적인 정도의 플레이 볼륨이 된다. 이 두 개의 DLC를 플레이하고 나면 이전의 개발자 인터뷰에서 원래 게임 내 챕터로 예정되었던 부분을 뜯어서 DLC로 판매했다는 이야기를 이해할 수 있게 되는데 - 이야기가 어느 챕터 사이에 들어가야 아귀가 맞게 되는지 이해하게 된다! - 적극적인 개발사의 DLC 추진 전략 자체를 마뜩찮게 생각하고 있어서 이러한 눈가리고 아웅식의 DLC 판매는 심히 불편한 마음이 들게 하는 부분이 있다. 결국 온전한 게임 볼륨을 즐기기 위해 약 2만원에 가까운 금액을 추가로 지불해야만 했다. 특히 Beneath the ashes는 길이나 내용을 볼 때 너무하다 싶을 정도. Lara's shadow의 경우도 그렇게까지 만족스러운 것은 아니지만 본편과는 달리 액션을 대폭 강화하고 추가 액션을 통해 훨씬 속도감 있게 퍼즐 풀이를 전개해 둘 수 있도록 디자인 한 것은 칭찬할 만 하다. 게임을 마치고 나면 Treasure hunt 모드로 반복플레이를 할 수 있게 해 두었는데, 이 번 시리즈에서는 특이하게 Croft manor가 등장하지 않는다. (이야기를 진행하다보면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지만.)

TR시리즈를 본격적으로 다시 플레이하기 시작한 것은 Legend부터이고 여기서부터 6편으로 갔다가 다시 Crystal dynamics 트릴로지를 플레이하게 되었는데, 영화의 발매 시기와 형태를 생각하면서 플레이 해 보면 게임이 영화에 영향을 미치고 다시 그 영화가 게임에 영향을 미치는 순환 관계를 발견할 수 있게 된다.  Crystal dynamics는 영화 이후 게임을 만들면서 TR의 플레이감각을 충분히 현대적으로 살려냈다고 생각하고, 이번 Underworld를 통해 고전적인 TR 시리즈의 퍼즐 또한 적절히 차용해 냈다고 생각한다. 물론 TR이라는 프랜차이즈 자체의 부침과 함께 장르 자체의 문제도 있고, 게임 자체도 멀찍이서 보면 흠 잡을 데 없어 보이는 잘 빠진 작품이지만 군데군데 디자인 상의 구멍이 좀 있는 상태라서 모든 사람들에게 폭넓은 사랑을 받을 만한 작품은 분명히 아니다. 다만 이번 작품에 들어서면서 다시 다듬어 낸 TR 시리즈 고유의 느낌은 이전 시리즈를 즐겼던 사람이나, 혹은 유사한 게임들을 통해 쾌감을 느꼈던 사람들에게는 충분히 어필할 만한 게임이다. 

게임 내적인 부분과는 별개의 이야기지만 TR시리즈의 IP는 이런저런 내홍을 겪고 있는데다가 Underworld 자체의 판매량도 그렇게 신통치 못해서 이후의 시리즈가 어떻게 전개될지는 쉽게 짐작하기 힘들다. 물론 부침은 있었지만 나름대로 역사와 전통을 가지고 있는 프랜차이즈였으니만치 이번에 Eidos를 인수한 Square Enix에서도 지속적으로 개발을 진행해 갈 것이라고는 하지만, 시리즈의 방향이나 제작사에 대해서는 벌써부터 이런 저런 말이 많은 듯 하다. 소울 리버 시리즈 덕분에 많은 애정을 가지고 있는 제작사이기도 하고 이번 TR의 새로운 트릴로지에서도 어느 정도 이상의 수준은 보여 주었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다음에도 Crystal dynamics의 TR을 보고 싶은 마음이 있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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