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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09.09 Peacemaker - Can you be a peacemaker?

Peacemaker - Can you be a peacemaker?

Games 2007. 9. 9. 23:22


아무리 사실적인 게임을 만들어도 그것이 현실과의 접점을 가지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말하자면 Flight simulator나 Gran trisumo 같은 게임에 아무리 심취한 사람이라고 해도 당장 비행기나 자동차를 그와 같은 숙련도로 다룰 수는 없다는 이야기이다. 그리고 우리는 그것을 당연한 사실로 받아들인다. 사실적인 게임은 사실과 같은 게임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어떠한 현실의 요소를 게임 속으로 옮기는 순간 그 요소는 게임 속의 세계를 구성하는 법칙의 지배를 받게 되고, 그 법칙은 어디까지나 현실의 모사이거나 근사일 뿐 현실 그 자체가 될 수는 없다. 그런데 반대로, 현실을 완전히 모사하지 않으면서도 현실과의 접점을 만드는 게임들이 가끔 있다. [Peacemaker]는 그 중에서도 주목할 만한 게임이다.

[Peacemaker]가 요구하는 목표는 단순하다. 격렬한 대립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팔레스타인-이스라엘 분쟁을 평화 상태로 이끌어 내는 것. 양 진영 가운데 하나를 택해 그 진영의 수반이 되어 정책을 결정하고 수행함으로써 목표를 달성하게 한다. 몇 번의 선택이 지나가고 나면, 이 단순한 목표에 도달하는 방법이 결코 녹록치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Peacemaker]를 일반적인 게임을 규정하는 틀에서 벗어나게 만드는 두 가지 요소가 이러한 상황을 만든다.

처음으로 느끼게 되는 것은 정보가 제한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플레이어에게 현재 상황을 짐작할 수 있게 하는 것은 몇몇 집단들의 지지도와, 가끔 나타나는 뉴스 뿐이며 그 이외에는 어떠한 정보도 주어지지 않는다. 정책에 따른 조언이 있기는 하지만 항상 양 극단으로 나뉘어 제공되는 두 조언은 결국 선택의 주체가 온전히 플레이어 자신이 되는 결과를 만들 뿐이다. 선택을 위한 판단의 근거는 언제나 희박하다. 그에 더해서, 선택의 결과를 예견할 수 없다는 점까지 뒤따르면서 상황을 더욱 혼탁하게 만든다. a를 선택하면 그 상황에서 b를 돌려주는 일반적인 게임과는 달리, 이 게임에서의 선택은 고정된 결과를 불러오지 않는다. 어떤 경우에는 평화를 종용하는 발언을 통해 대외의 지지도를 높이는 한편 국내의 폭력시위를 줄이는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오지만, 어떤 경우에는 그러한 발언이 폭력 시위를 촉발하는 결과를 낳기도 한다. 사태 해결에 폭력을 사용하는 것은 일반적으로 지양해야 하지만 때로는 극단적인 폭력을 사용하는 정책이 신임을 받게 하는 기이한 경우를 볼 수도 있다.



게임을 통해 상황을 인식하고 판단하며 결정을 내리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플레이어는 지금껏 하지 않았던 경험을 하게 된다. 뉴스를 단순히 사실로만 받아들일 뿐 아니라 그 사실이 어떠한 정치적인 영향을 가져올 것인가를 생각할 수 있게 되며, 특정한 정책의 발표가 그 국가와 그와 대립하거나 그를 옹호하는 집단과 국가들에게 어떠한 반응을 불러올 것인지 생각하게 된다. 현실에서의 팔레스타인-이스라엘 분쟁의 해결책이 게임에서 주장하는 것과 같은 Two-state solution이 될 지, 혹은 그렇지 않을지와는 관계없이 그 분쟁을 해결하는 과정을 대리 체험함으로써 현실의 세계를 이해할 수 있는 눈을 가지게 된다는 것이 중요하다. 게임을 플레이한다, 는 가벼운 마음으로 누구나 한 번쯤은 플레이해보기를 강력하게 추천하고 싶다. 난이도를 낮출 경우 목표를 달성하기까지 길어야 한 시간 남짓 정도가 걸리기때문에 시간적인 부담도 그리 많지 않다. 홈페이지를 방문하면 8주차(8번의 턴)까지 플레이할 수 있는 데모를 제공하므로 일단 플레이 해 보는 것도 좋겠다.(https://www.peacemakergame.com/demo.php 를 방문해서 Full demo를 이용하면 된다)



+) 다운로드 방식으로 구입하거나, Amazon에서 패키지를 구입할 수 있다. 본인은 패키지를 구입했지만, 소장에 대한 욕심이 없다면 다운로드 방식을 더 추천.
+) 맥을 지원하고, 약간 특이하지만 Arabic/Hebrew 언어를 지원한다. 한국어는 불행히도 지원하지 않으므로 영어로 플레이하는 것이 가장 좋겠다. 윈도우에서도 비교적 잘 구동되지만 비스타에서는 버그가 있으므로 설치시 유의할 것.
+) 게임 내의 이벤트(뉴스와 같은)는 모두 실제 사건들에 기반하여 구성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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