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툼 레이더'에 해당되는 글 3건

  1. 2009.04.19 Tomb Raider : Underworld
  2. 2007.04.29 Tomb raider : Legend
  3. 2007.04.23 Tomb Raider : Anniversary Edition 2

Tomb Raider : Underworld

Games 2009. 4. 19. 14:07
제작사가 바뀐 이후의 첫 번째 TR 시리즈였던 Legend 시리즈는 그 캐쥬얼한 플레이 감각이 특징적인 게임이었다. 이전의 TR시리즈에서 강조하고 있던 부분인 퍼즐(6편은 논외로 하자)의 난이도를 대폭 낮추고 전투와 보스전의 비중을 높임으로서 요즈음의 액션 게임의 트렌드에 익숙해진 유저들을 이끌어 들이는데 성공했다. 이러한 접근 방식에 대해서는 이미 이전의 리뷰에서 나쁘지 않은 접근이라고 이야기한 기억이 난다. 그러나 트렌드에 충실한 액션 게임으로서의 TR이라는 것은 역으로 이야기하면 TR만의 장점이 탈색되어 흐릿해진 보통의 액션게임과 비슷해진다는 이야기로, 실제로 Legend에서의 퍼즐들은 일반적인 액션 게임, 심지어는 알게 모르게 TR의 영향을 매우 많이 받은 방계 계승자라고 칭해도 부족함이 없을 법한 페르시아의 왕자 트릴로지(이 역시 근래의 4편은 논외로 하자)보다도 특정한 3차원 공간을 이용한 퍼즐 풀이로서의 매력은 대폭 감소했다. 말하자면 라라 크로프트의 스킨을 빼고 나면 이 게임이 보통의 액션 게임과 다른 점을 찾기가 힘들어진다는 점이 문제가 되는데, 악명높은 난이도로 유명한 이전의 시리즈들 중 기념비적인 작품인 첫 번째 작품을 리메이크하면서 이런 저런 경험을 쌓은 크리스탈 다이내믹스는 새로운 시리즈인 Underworld에서 그 능력을 충분히 발휘했다는 느낌이다. 시리즈의 Reboot으로서의 Legend와 고전의 재해석으로서의 Anniversary 뒤에 본격적인 재시작으로서의 Underworld라고 할까.

TR시리즈를 시기별로 구분해 보면 조작계를 일신하게 되는 커다란 구분점이 두 부분이 있는데, 키보드만을 이용하다가 조작계가 완전히 바뀌는 6편이 그렇고, 6편의 지대한 혹평 이후 일반적인 마우스-키보드 인터페이스(혹은 적절한 콘솔 인터페이스)로의 변환이 이루어지는 크리스탈 다이나믹스 이후의 조작계가 그렇다. 조작계의 일신과 더불어 크리스탈 다이나믹스 트릴로지의 큰 특징이 이전의 시리즈에서는 찾아보기 힘들었던 다양한 동작의 추가와 함께 엄청나게 너그러워진 동작의 판정이 그것들이다. Legend에서 처음 추가된 그래플의 경우 Legend 내에서는 그야말로 구색 맞추기에 가까운 - 특정 장소에서만 활용 가능한 기믹 - 의 느낌이 굉장히 강했던 아이템인데, Underworld에서는 전방위에서 활약하는 퍼즐 해결의 주요 도구가 되었다. 특히 Underworld의 퍼즐들이 높이와 너비를 제법 강조하는 퍼즐들이 잇따라 등장함에 따라서 그래플의 익숙한 사용은 퍼즐의 난이도를 조절할 수 있을 정도로 중요한 문제가 되었다. 더불어 포인트에 올라서기 / 봉을 타고 올라서기와 같이 Anniversasry에도 일부 추가되었던 동작들도 익숙하게 사용할 수 있지 않으면 힘들어지는 부분이 있다. 이러한 다양한 동작들의 추가와 함께 그랩 가능한 물건들도 대폭 추가되어서 (Lara's shadow에 등장하는 기믹을 제외하고) 클라이밍 포인트라든가, 봉을 뽑아서 다른 위치로 옮길 수 있는 등 약간이나마 머리를 써야 하는 부분이 상당수 늘어났다. 명확하게 이 지점을 잡을 수 있다/없다를 드러냈던 Legend 시리즈와는 달리 조금 시간을 들여 추측하지 않으면 확실하게 짚어낼 수 없는 부분들이 조금씩 생겼기 때문.

Underworld에서 가장 주목할 것은 이러한 기타 동작이나 전투동작과 같은 여러 부수적인 추가점들에 있는 것이 아니라 좀더 TR 본연의 자세로 돌아간 공간을 충분히 활용한 퍼즐이다. 이전의 Legend에서의 퍼즐들은 퍼즐 자체의 난이도도 낮은 편이었지만 그보다는 각각의 스테이지가 굉장히 일직선적이며 각 공간마다의 유기적인 결합도가 매우 낮아서, 한 부분에서 특정한 문제를 해결하고 다음 단계로 넘어감으로써 그 부분의 풀이를 완전히 종결짓는 느낌이 강했다. Underworld에서는 약간 더 유기적이고 복잡한 형태를 만들어서, 하나의 공간을 제시하고 그 공간 안에서 비교적 유동적인 순서로 퍼즐 조각들을 해결한 다음 그 조각들의 합을 통해 다음 단계로 진행할 수 있도록 만들어 놓았다. 이러한 구성이 퍼즐에 익숙치 못한 초심자들에게는 막막함을 줄 수 있지만 반대로 어느 정도 숙련된 플레이어들에게는 호쾌한 감각을 제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충분히 환영할 만한 점이라고 본다. 물론 각각의 퍼즐들 자체의 난이도가 그리 높지 않은 편이기 때문에 시종일관 짜증만을 유발하는 막막함은 거의 없고 초심자들도 크게 무리 없이 진행이 가능할 만한 수준이다. Legend에서 가능했던 다음 위치를 향해 직감적으로 뛰어드는 플레이가 대부분의 장소에서 이루어진다. 

Underworld의 난이도는 Legend보다는 높고 애니버서리보다는 좀 낮다는 느낌 정도로, 적당히 근성을 발휘해서 곰곰히 생각하면 walkthrough 없이 누구나 해결할 수 있을 만한 정도이다. 개인적으로는 이 정도가 딱 괜찮은 지점이라고 생각하는데 퍼즐 자체의 해결에 지대한 희열을 느끼는 플레이어들에게는 그다지 만족스럽지 못할 수도 있지만 아무래도 난이도가 높아질 수록 이를 플레이하면서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사람이 상대적으로 줄어들기 때문이다. 앞서 이야기한 것 처럼 퍼즐이 전체적으로 공간감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만들어졌고, 레벨 디자인도 이에 기반하여 만들어졌기 때문에 비교적 협소한 느낌을 주었던 Legend 시리즈에 비해 탁 트인 느낌의 스테이지에서 게임을 진행할 수 있다는 것은 큰 장점이다. 그래픽 자체의 수준을 논하기 이전에 레벨 디자인에서 보이는 풍광의 느낌이 굉장히 좋다. Legend 시리즈에 비교해 보았을때 퍼즐의 난이도가 올라간 것에 더해 선명하게 드러나는 차이점이 하나가 더 있는데, 전투의 난이도와 비중이 그야말로 드라마틱하게 낮아졌다는 점이다. 게임 중에서 추가무기의 탄약을 수급할 방법이 없고, 게임 시작 전/플레이 중에 다른 무기를 선택할 수 있게 변경되어서 탄약이 아예 없는 상황은 피할 수가 있게 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것에 앞서 전투 자체의 비중이 게임 전체를 기준으로 없다시피할 정도로 낮아져서 무기를 사용할 상황 자체가 거의 생기지가 않는다. 새로 추가된 근접 액션의 경우도 마찬가지. 전투의 비중을 극도로 줄이고 퍼즐 풀이를 통한 쾌감 전달에 중점을 둔 게임 디자인인데, Legend 시리즈에서 비교적 엇비슷하게 등장했던 몇 번의 보스전 같은 것도 아예 등장하지 않는다.

차세대기 초반부 (이게 벌써 06년이다!)에서 비교적 괜찮은 그래픽을 보여주었던 첫 작품과, 비교적 Shader의 사용을 자제하고 고전적인 느낌을 보여준 Anniversary에 비교해 볼 때 Underworld의 그래픽은 많은 부분에서 발전을 이루었다. 다만 해상도가 다소 높은 PS3 버전에서는 심한 프레임드랍이 생기는 지점이 있다고 하는데, XB360버전에서는DLC의 일부 부분을 제외하고는 그런 단점을 발견할 수는 없었다. 어차피 콘솔버전에 특화된 부분이 거의 없는 게임이니만치, 가능하다면 최상의 환경을 제공하는 PC버전으로 플레이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멀티플랫폼으로 발매된 게임의 볼륨이 그렇게까지 크지 않다는 생각이 들게 되는데, XB360으로 발매된 추가 DLC 두 개를 합쳐서 플레이를 마치고 나면 일반적인 정도의 플레이 볼륨이 된다. 이 두 개의 DLC를 플레이하고 나면 이전의 개발자 인터뷰에서 원래 게임 내 챕터로 예정되었던 부분을 뜯어서 DLC로 판매했다는 이야기를 이해할 수 있게 되는데 - 이야기가 어느 챕터 사이에 들어가야 아귀가 맞게 되는지 이해하게 된다! - 적극적인 개발사의 DLC 추진 전략 자체를 마뜩찮게 생각하고 있어서 이러한 눈가리고 아웅식의 DLC 판매는 심히 불편한 마음이 들게 하는 부분이 있다. 결국 온전한 게임 볼륨을 즐기기 위해 약 2만원에 가까운 금액을 추가로 지불해야만 했다. 특히 Beneath the ashes는 길이나 내용을 볼 때 너무하다 싶을 정도. Lara's shadow의 경우도 그렇게까지 만족스러운 것은 아니지만 본편과는 달리 액션을 대폭 강화하고 추가 액션을 통해 훨씬 속도감 있게 퍼즐 풀이를 전개해 둘 수 있도록 디자인 한 것은 칭찬할 만 하다. 게임을 마치고 나면 Treasure hunt 모드로 반복플레이를 할 수 있게 해 두었는데, 이 번 시리즈에서는 특이하게 Croft manor가 등장하지 않는다. (이야기를 진행하다보면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지만.)

TR시리즈를 본격적으로 다시 플레이하기 시작한 것은 Legend부터이고 여기서부터 6편으로 갔다가 다시 Crystal dynamics 트릴로지를 플레이하게 되었는데, 영화의 발매 시기와 형태를 생각하면서 플레이 해 보면 게임이 영화에 영향을 미치고 다시 그 영화가 게임에 영향을 미치는 순환 관계를 발견할 수 있게 된다.  Crystal dynamics는 영화 이후 게임을 만들면서 TR의 플레이감각을 충분히 현대적으로 살려냈다고 생각하고, 이번 Underworld를 통해 고전적인 TR 시리즈의 퍼즐 또한 적절히 차용해 냈다고 생각한다. 물론 TR이라는 프랜차이즈 자체의 부침과 함께 장르 자체의 문제도 있고, 게임 자체도 멀찍이서 보면 흠 잡을 데 없어 보이는 잘 빠진 작품이지만 군데군데 디자인 상의 구멍이 좀 있는 상태라서 모든 사람들에게 폭넓은 사랑을 받을 만한 작품은 분명히 아니다. 다만 이번 작품에 들어서면서 다시 다듬어 낸 TR 시리즈 고유의 느낌은 이전 시리즈를 즐겼던 사람이나, 혹은 유사한 게임들을 통해 쾌감을 느꼈던 사람들에게는 충분히 어필할 만한 게임이다. 

게임 내적인 부분과는 별개의 이야기지만 TR시리즈의 IP는 이런저런 내홍을 겪고 있는데다가 Underworld 자체의 판매량도 그렇게 신통치 못해서 이후의 시리즈가 어떻게 전개될지는 쉽게 짐작하기 힘들다. 물론 부침은 있었지만 나름대로 역사와 전통을 가지고 있는 프랜차이즈였으니만치 이번에 Eidos를 인수한 Square Enix에서도 지속적으로 개발을 진행해 갈 것이라고는 하지만, 시리즈의 방향이나 제작사에 대해서는 벌써부터 이런 저런 말이 많은 듯 하다. 소울 리버 시리즈 덕분에 많은 애정을 가지고 있는 제작사이기도 하고 이번 TR의 새로운 트릴로지에서도 어느 정도 이상의 수준은 보여 주었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다음에도 Crystal dynamics의 TR을 보고 싶은 마음이 있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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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mb raider : Legend

Games 2007. 4. 29. 21:10
두번째 엔딩. 예전 글을 긁었다.

She’s Back

네, 벌써 7번째 작품이에요. 그것만으로도 일단 칭찬은 하고 지나가야겠어요. 비단 게임뿐만이 아니라 어느 부분에서든 일곱 번째 시리즈가 나오기는 쉽지 않으니까요. 심지어 미국 드라마들을 보아도 7시즌이 넘어가는 작품들은 별로 없지 않아요? 그런 것에 비교하기에는 조금 무리가 있겠지만서도.

거의 모든 작품이 평균치 이상을 넘어 수작 내지는 명작에 들어가는 MGS/FF같은 조금 특별한 경우를 제외한다면 시리즈로 늘어지는 게임은 부침이 있게 마련입니다. 툼 레이더 시리즈 또한 예외는 아니에요.

3편 이후 서서히 늘어져서 6편까지 절정에 다다르는 동안, 영화의 (나름대로) 흥행과 캐릭터 성을 이용한 화제 만발의 홍보 덕분에 명맥을 유지해 왔던 것이 다행이라면 다행일까요. 하긴 아이도스(Eidos)의 사정상 그리 쉽게 라라 크로프트 같은 매력 만점의 캐릭터를 버리는 게 더 어려웠을지도 모르지요.

 

<이런 저런 일들이 있었지만, 어쨌든 돌아왔습니다>

 

사정이야 어쨌든 그녀가 돌아왔습니다, 상징과도 같았던 코어 디자인의 이름표까지 떼고서요. 실망스러웠던 전작들에 비해 얼마나 나아졌는지, [Legend]라는 부제만큼이나 전설이 될 수 있는 7편일지 한 번 살펴 보기로 하지요.

인상적인 그래픽

Tomb Raider:Legend (이하 TR:L)의 비쥬얼을 단정지어 "어떻다!"라고 이야기하기는 좀 힘이 들어요. 이런저런 옵션 조절을 통해 다양한 결과를 얻을 수 있더라도 어쨌든 기본적으로는 비슷한 느낌을 주는 것이 보통의 게임들이었다면, TR:L에서 실질적으로 조절 가능한 옵션은 단 하나, Next Generation옵션 뿐이고 이 옵션은 게임 전체의 인상을 크게 바꿔 버리기 때문이지요.

본인은 부족한 시스템 사양 때문에 결국 Next Generation 옵션을 켜 보지도 못하고 엔딩을 본 만큼 이 옵션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Geforce 7xxx 시리즈나 ATI x1xxx 시리즈와 같은 SM 3.0 지원 모델이라면 바뀐 그래픽을 보실 수 있을 거에요. 아니면 Xbox360을 구입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

Next Gen. 옵션을 제하고 이야기한다면, 그래픽의 수준은 중상 이상의 수준입니다. 가끔 덩굴 같은 것을 2d 스프라이트로 처리해 버린 부분이 없지는 않지만 전체적으로 폴리곤을 잘 사용했고, 특히 어느 부분에 비중을 두어야 하는지를 잘 알았달까, 하는 느낌이에요. 뭐니뭐니해도 주인공인 라라에게. -.-)b 심지어 수영을 하고 밖으로 나온 라라가 젖어있는 모습도 볼 수 있으니까요.

 


<Next Gen.옵션을 제하고 보더라도 그래픽의 수준이 결코 나쁘지는 않습니다.>

 

HDR이라고 부를 수는 없지만 트릭성 Bloom 효과를 잘 사용하고 있는 점도 전체적인 분위기를 살리는 데 도움을 주고 있어요. 몇몇 스테이지에서 보이는 플레이어를 압도하는 경광은 TR:L이 주는 장점이라고 할 만 합니다.

무기 시스템 쪽을 이야기하기 전에 그래픽 쪽에 잠깐 언급하고 넘어갈 필요가 있을 듯 싶은데요, 이번 작에서는 기본 무기인 무한 총알 권총을 제하고는 하나의 추가 무기만 가질 수 있습니다.

다른 무기를 사용하려면 지금 가진 무기를 버려야 하지요. 이런 면까지 그래픽에 세세히 반영되어 있어서, 라라의 뒷모습을 보시면 현재 가진 무기와 수류탄과 같은 서브 무기들이 표현되는 것을 보실 수 있을 거에요. 세세한 부분까지 꼼꼼히 처리했다는 점에서 후한 점수를 주고 싶네요.

전 세계 각지를 돌아다니며 진행하는 게임이니만큼 지역적인 특징을 잘 드러내야 하는데, 이 점에서도 전반적으로 후한 점수를 줄 수 있어요. 볼리비아나 페루같이 야외 신이 종종 있는 곳이라면 더욱 그렇지요. 지도상으로 갈 수 있는 곳은 아니지만 스케일이 꽤 큰 묘사를 하고 있어서 감상하기에 부족함이 없습니다. 반대로 거의 대부분이 실내 스테이지인 영국 같은 경우는 좀 밋밋하지요. 마지막 부분인 성 같은 곳은 좀 특색있는 곳이지만요.

 

<카자흐스탄 지역 초입부. 개인적으로는 툼 레이더를 떠올리면 정글 지역을 먼저 생각합니다만…>

 

<이렇게 탁 트인 쪽이 생각나더라는 이야기지요.>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 평균점 이상의 그래픽, 게다가 꽤나 효율적인 설계 덕분인지 2.0ghz+ati 9550과 같은 상대적으로 낮은 사양에서도 크게 무리없이 플레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좋게 평가하고 싶습니다. Next Gen. 옵션을 사용하지 못하는 서글픔만 제외하고는 말예요.

추가된 액션들과 깔끔한 조작 스타일

Crystal Dynamics의 작품들 – Soul Reaver 연대기로 이어지는 – 을 PC버전으로 플레이 해 보신 분들이라면 수긍하시겠지만, 게임의 완성도와는 완전히 별개로 그 괴악스러운 컨트롤 방식은 사람을 질겁하게 만드는 구석이 있었습니다.

콘솔 조작계를 PC용으로 아무런 변환 없이 가져다 쓴 데서 생기는 문제점이었습니다만. 처음 TR:L의 제작 소식을 들었을 때 그래서 좀 걱정을 했었어요. '설마 또~'하는 심정이었지요. 저는 Soul Reaver 2를 PC용으로 클리어했는데, 끝내는 순간까지도 조작계가 손에 익지 않아서 무던히 고생을 했었지요. 툼 레이더 시리즈도 항상 조작계가 좋았느냐고 묻는다면 6편의 악몽 같은 조작이 떠올라서 섣불리 대답하기는 힘들어집니다만서도.

다행히 이번 조작계는 매우 깔끔합니다. 거의 표준이 된 듯한 키보드 WASD+마우스 컨트롤 방식을 채용하고 있는 덕분에 새로 조작계를 익힐 필요도 없구요. 첫 번째 스테이지를 조금만 진행해 보면 금방 적응해서 플레이 할 수 있는 정도니까요. 플레이어의 직관을 배반하지 않는 조작계라고 할까요? 이렇게 하면 이렇게 움직여 주겠지-하고 생각하면 대체로 그 정도로 움직여 줍니다.

3인칭 3D 게임에서 항상 발생하는 카메라 워크도 나름 괜찮은 편이어서, 특정 부분에서 줌인/줌 아웃이 조금 맘에 안 들게 작동하는 점을 제외하면 카메라에서 주인공이 사라져버린다든가 하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아요.

몇몇 부분에서는 – 특히 기둥에서 다른 기둥으로 옮겨 뛴다든가 – 카메라 워크와 직관이 서로 충돌하는 경우도 없지 않습니다만, 이 정도는 애교로 봐 줄 만한 수준입니다. 마우스로 포인팅하는 카메라 워크의 지시점과 캐릭터의 이동 방향간의 괴리감은 조금씩 있긴 한데, 이게 가장 크게 드러나는 부분은 박스나 공 따위를 굴릴 때 생겨요. 한번만 해 보시면 알겠지만 박스를 원하는 곳으로 끌고 가는 게 영 쉽지 않거든요.

 

<점프할 때 거리가 짧으면 이렇게 한손으로 매달려서 대롱거리기도 하지요~>

 

<이렇게 넘어갈 수도 있게 되었습니다.>

기본적인 조작계는 탁월한 수준이니, 더불어 다른 액션 부분에서는 어떤지 이야기를 해 보지요. 툼레이더는 시리즈가 계속 될수록 액션이 꾸준이 늘어나는 경향이 있는데요, 이번에는 Grapple같은 새로운 장비도 등장하고 해서 조작 범위가 좀 더 늘어났습니다.

매달린 상태에서 다른 곳으로 옮겨 뛸 수도 있게 되었고, 봉에 매달려 회전하다가 뛸 수도 있게 되었고 등등. 다들 무난하게 익힐 수 있는 동작들이니까 크게 무리는 없어요. 다만 전투와 관련하여 새로 추가된 동작들은 실제로는 거의 사용되지 않는다는 점도 있고, 튜토리얼도 없이 익히기도 조금 곤란하거니와 숫자도 꽤나 된다는 점에서 감점.

이외에 절벽에서 올라갈 때 물구나무서기를 한다든가, Swan Dive를 한다든가 하는 보너스성 동작도 있으니 찾아보는 즐거움도 있어요.

 

<새로 도입된 Grapple은 정해진 장소 이외에는 사용이 불가능하지만 반대로 사용 방법을 익히지 못하면 게임 진행이 불가능해집니다.>

사소한 부분에 조금 불만족스럽긴 하지만 6편에서 보여준 조금 이해 안되는 조작 방식에 비하면 그야말로 쾌적한 플레이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칭찬하고 싶네요.

잘 짜여진, 그러나 기시감이 느껴지는 게임플레이

게임 플레이에 대해서 이야기해 보지요. 3편과 같이 정말 어려웠던 편을 제외하더라도 툼 레이더의 퍼즐은 전반적으로 난이도가 높기로 유명했습니다. 오죽하면 한때 공략집에는 '오른쪽으로 몇발짝 가서 앞으로 몇발짝 걸어간 후 어디로 점프~'이런 내용도 있을 정도였으니까요.

TR:L에서 퍼즐의 난이도는 많이 낮아졌습니다. Grapple같은 도구는 힌트를 반짝반짝 보여주기도 해서 많은 도움이 되는데, 이보다는 퍼즐 자체의 난이도가 낮아진 게 더 커요. 스테이지를 한번 스윽 둘러보면 갈 길이 대충 보이는 정도라고 하면 어울릴까요.

컨트롤 하면서 이리로 가면 되겠지-라고 생각하면서 움직여 나가면 실패하는 경우가 별로 보이지 않을 정도입니다. 난이도 있는 퍼즐이 도전욕구를 불러일으킨다는 점에서는 좋을 수도 있겠지만 요즘은 반대로 플레이어를 나가 떨어지게 만드는 경우가 더 많으니까요, 나쁘다고 보기는 힘들겠지요.

컷신에서 액션을 강조하기 위해 화살표 키로 진행하는 경우가 있는데, 나름 신선하고 좋아요. Fahrenheit의 DDR 방식하고 비슷하게 보일 수도 있겠네요. 플레이하다 막힐 경우를 위해서 PDA를 이용한 Mission objective 확인 기능도 제공하고 있는데, 이건 거의 쓸 일이 없어요. Light 장비와 더불어 게임하면서 별 필요 없는 장비 1순위에 들어가는 장비더군요.

반대로 쌍안경의 R.A.D mode는 매우 쓸만한데, 동작할 수 있는 부분이나 파괴할 수 있는 부분을 정확하게 확인하는데 도움을 줍니다.

 

<컷 신과 연결되어 진행되는 액션. 화살표에 맞추어 방향만 눌러주면 되긴 합니다만.>

 

<낮아진 난이도, 그리고 편리한 힌트 시스템까지.>

 

<페르시아의 왕자를 연상케 하는 동작도 일부 추가되었습니다.>

전반적으로 전투는 평이합니다. 일단 대부분의 적들이 총을 들고 나타나기 때문에 근거리 액션을 쓰는 상황이 그리 생기질 않아요. 일부러 마음먹고 다가간다면 모를까. 총알을 무한 지급하는 권총도 있기 때문에 얻은 무기를 쓰기보다는 폴짝폴짝 뛰어다니면서 권총을 난사하는 경우가 생기게 되고 적들이 나타나는 비중이 의외로 큰 편이어서, 어지간한 퍼즐 스테이지가 하나 지나가고 나면 반드시 나타난다고 봐도 좋을 정도인데 전투 자체는 좀 심심한 편에 가까워요.

페르시아의 왕자(라고 써놓고 '소도둑'이라고 읽는;;)와 비교를 안 할 수가 없게 되는데, 이쪽에서는 전투에 많은 비중을 두고 무기를 아예 근접전용으로 만들고 콤보니 특별 기술이니를 넣어서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고 신경을 썼지요.

탈 것을 이용하는 액션도 몇 번 나오는데, 평이한 수준이니만큼 크게 언급할 필요는 없을 듯 싶어요.

가장 약점으로 지적하고 싶은 것은 보스전. 스테이지마다 보스들이 등장하는데 이게 보스인지라 겉모양이나 공격방식은 달라도 결국 공략 패턴이 거의 비슷해서, 이럴거면 '스테이지마다 보스를 넣을 필요가 있을까?'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어요. 차라리 몇몇 스테이지 정도에만 보스전을 배치하고 나머지에는 빼버려도 크게 문제 없을 정도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퍼즐 구성에 비해서는 좀 밋밋한 전투.>

결국 꽤 잘 짜여진 퍼즐과, 그저 무난한 전투 부분이 합쳐진 게임 플레이는 참신하다기보다는 기시감(이전에 한번 경험해 본 것은 같은 느낌-Dejavu-)을 꽤나 많이 느끼게 하는데 – 특히나 이미 언급한 페르시아 왕자와 같은 – 이는 이미 이 장르가 거의 공식화 되어버린 탓도 있고, 페르시아 왕자 같은 게임이 원체 잘 만들어져 있다 보니 그런 탓도 좀 있고 한 것 같아요. 전체적으로 좋은 부분도 있고 나쁜 부분도 있어서 평균치는 적당한 수준 이상입니다.

기타 등등~

라라의 저택은 건재합니다. 이거 엔딩 보고 툼 레이더 영화 1편을 보고 알았는데, 영화 속의 저택하고 구조가 동일하더라구요. 꽤 신기해하면서 살펴봤어요. 저택이 은근히 넓은 구석이 있어서, 보너스 요소를 찾기가 생각만큼 쉽지는 않더군요.

 

<크고! 아름다운~ 라라의 저택.>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자기가 찾은 보너스 개수가 몇 개인지 세이브에 명확하게 표시가 되기 때문에 이걸 노리고 플레이하는 사람들은 조금 편하게 게임을 진행할 수 있어요. 보너스는 단순히 라라의 Outfit에서부터 권총을 업그레이드한다든가 하는 요소까지 다양하게 있는 편이구요.

게임의 난이도를 나누는 외에 타임 어택 모드가 있습니다. 어드벤처에서 타임 어택 모드가 있다는게 꽤 신선한데, 마찬가지로 타임 어택 모드를 제 시간 안에 클리어하면 보너스 요소를 얻을 수 있습니다.

게임의 스토리는 전형적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나름 잘 짜여진 편이고 즐길 만 합니다. 물론 한글은 지원하질 않지만 영문이나마 자막을 제공하고 있어서 편하구요. 중간중간 컷신도 수준이 높은 편입니다.그러고 보니 보너스 중에 라라가 죽는 모습만 모아 둔 컷신 편집도 있군요.

마지막으로, 음악이 꽤 좋아요. OST는 아직 없는 모양이던데, 느낌은 영화 사운드트랙과 유사합니다. 게임 분위기도 사실 영화쪽과 많이 닮았구요. 게임이 영화에 영향을 주고, 또 그 영화의 영향을 받아 게임이 변해가는 모습이 재미있더군요.

그래서 결론은,

발매 플랫폼이 다양하기는 하지만 Xbox360와 PC가 주 플랫폼이고 보면 일단은 차세대 게임기로 발매되는 첫 번째 툼 레이더가 되는 이 작품은, 전작들 몇몇이 보여준 실망스런 모습에 비교한다면 일신이라고 부르기에 부족함이 없을 정도입니다.

글에서는 좀 맘에 안 드는 점에 대해 툴툴거리기는 했지만 크게 모난 문제점은 아니니까요. 게임 플레이 전반에 기시감이 느껴지는 것이 가장 안타까운 점인데, 차세대기에 걸맞는 그래픽은 보여주고 있지만(PC라면 Next Gen. 옵션이라는 전제 하에서) 과연 차세대기에 맞는 게임 플레이를 보여주고는 있는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지요. 하긴 이건 이제 곧 불어닥칠 차세대기의 경쟁을 지켜보는 개발사 모두가 하고 있는 생각이겠지만요.

뭐 이런 점이야 '기왕이면~'하는 수준의 바람이었으니 제하고 본다면 간만에 즐겁게 플레이할 만한 액션 어드벤처를 찾았다는 느낌입니다. Xbox360으로는 이미 발매되었고, PC용으로는 오는 6월 국내 발매 예정이라고 하니 한 번 플레이 해 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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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mb Raider : Anniversary Edition

Games 2007. 4. 23. 18:44



TR 시리즈에 무한한 애정을 가지고 있는 편은 아니지만 수많은 유사 게임들과 TR이 주는 느낌은 사뭇 다르다. 페르시아의 소도둑(....)을 플레이할 때와는 또 다른 느낌.

첫 편은 당시로서는 놀라울 정도였던 그래픽에 감탄하고 첫 스테이지에서 뱅글뱅글 돌다가 게임을 접어버렸고, 2/3편은 그나마 근성으로 플레이하다가 세이브파일을 날려먹는 바람에 중도 포기. 특히나 3편의 그 압도적인 난이도가 끼친 영향도 지대했고.. 이후 시리즈의 몰락을 지켜보면서 그저 그런 프랜차이즈 정도로 생각하고 있다가 최근작인 Legend를 플레이하면서 정말 즐거워했었다. 게임이 영화에 영향을 미치고, 그로 인해 만들어진 영화가 게임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덕분에 요즈음의 TR은 처음 플레이하던 느낌과는 많은 부분이 달라졌고.

Legend를 플레이하면서 이전 작품들을 다시 플레이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꽤 강하게 들었지만 너무나 심하게 달라진 조작 방법 때문에 결국 포기하고 말았다. 이제는 보기 힘겨워진 그래픽도 한 몫을 했고. 그러던 차에 AE 버전이 발매된다는 이야기를 듣고 한참을 기다리고 있었다.

불행히도 PS2용으로 발매되는 까닭에 Legend에서 보여 준 Next Gen. 옵션은 볼 수 없지만 그래도 훨씬 나아진 외양을 갖추고 있고, 더불어 Legend에서 보여준 조작 스타일도 그대로 가지고 있기 때문에 꽤나 편하게 플레이 할 수 있을 듯 싶다. 지금 다시 플레이 중인 Legend를 마치는 대로 도전 예정.

+) 새로 바뀐 The way it's meant to be played 로고를 볼 수 있다. ...예전보다 멋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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