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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lo 3

Games 2007. 9. 25. 00:10


Believe, our saviour is coming

Xbox에서 Halo가 미치는 영향은 말로 굳이 이야기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크다. 마리오가 닌텐도의 콘솔을 대표하고 소닉이 세가의 콘솔을 대표했던 것처럼, 지금의 Master chief는 확실히 Xbox라는 콘솔 자체를, 그리고 가끔은 그 콘솔이 추구하는 게임 스타일을 대표한다. Master chief라는 캐릭터가 지구를 구하는 영웅이라면, 헤일로의 프랜차이즈 자체는 Xbox를 구원한 영웅으로 대치해도 좋지 않을까. 어찌되었든 긴 시간 끝에 2에서 그가 말미에 남겼던 것처럼 싸움을 끝내기 위해 돌아왔다.

농담삼아 FPS의 역사는 Halo 이전 / Halo 이후로 나뉘어진다고 하는 사람들도 가끔 있는데, 여타 게임들에게 중요한 의미가 없다는 것은 아니지만 Halo의 시스템이 콘솔에서 FPS를 정착시킬 수 있게 하는 밑바탕이 되었기에 그렇다. 원조답게 그러한 배려는 여전히 건재해서, 1-2편을 거치면서 편하게 개량된 시스템이 잘 녹아들어 있다. 한 번이라도 Halo 시리즈를 플레이해본 사람이라면 아무 걱정없이 패드를 잡고 게임을 시작해도 좋을 정도. HUD의 모양새가 약간 바뀌었고, 특정 무기에 따라 3인칭으로 시점이 바뀐다는 정도 말고는 특별히 바뀐 것은 없다. 한 가지, 투척무기군 배열 하단에 방어막이나 기타 특수 아이템을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이 추가되었다는 점이 있다. 전작에서 엘리트가 코버넌트의 중심에서 완전히 배제되었기 때문에, 전투는 처음부터 브루트와 맞부딪히게 된다. 맵 구성에서부터 적의 출현 빈도까지 짧게 쉬고 들어갈 만한 여유를 찾기가 쉽지 않다. 언제나처럼 적절한 무기와 탈것을 활용하는 것이 살아남는 방법.

그에 반해 화면의 변화는 꽤나 눈에 띈다. 전작의 수준이 결코 낮지는 않았지만, 구세대의 것이었으니만치 지금에 와서 평가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이번 작에서의 변화는 폭발적으로 증가한 현세대기의 스펙에 잘 맞춘 향상이라고 할 수 있겠다. GOW나 곧 출시될 몇몇 작품들과 비교하면서 실망을 표출하는 사람들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서로 추구하는 방향이 다르니만치 직접적인 비교를 하기는 어렵다. 전체적으로 맵과 모델의 디테일이 눈에 띄게 증가하였고, HDR이나 기타 효과들을 매우 자연스럽게 사용하고 있다. 더불어서 Halo 시리즈의 느낌을 잘 살릴 수 있는 맵 구성이 눈에 띄는데, 가시거리가 매우 넓어진 것을 군데군데에서 확인할 수 있다. 놀랍도록 세밀한 디테일을 자랑하는 게임은 아니지만, 큰 붓으로 거침없이 그려내린 그림을 생각하면 되겠다. 다만 몇몇 부분에서는 좋은 수준을 보여주다가 반대로 몇몇 부분에서는 이상할 정도로 좋지 않은 부분이 보이는 바람에 그 차이가 눈에 거슬린다는 것이 단점이라면 단점. 전체적인 수준을 놓고 보면 어디에도 뒤지지 않는다.

Halo 시리즈가 가지는 매력을 꼽자면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큰 부분은 강렬한 서사에 있다. 세계를 구원하는 영웅의 이야기는 진부하지만 그만큼 강한 울림을 준다. 커다란 세계를 구현하고 3각의 대립축을 보여주면서도 그 설정에 휘둘리지 않고 직선적으로 이야기를 끌고 나간 1편과, 그를 통해 만들어진 구도 속에서 더 많은 갈등을 내포시킨 2편까지만 보아도 번지의 스토리텔링은 확실히 수준급이다. 전체 이야기에서 전 내지는 결에 가까운 2편의 엔딩 이후에서 시작하는 3편이기에 3편은 시작부터 매우 높은 밀도로 달려나가기 시작한다. 전작에서 해결되지 않았던 의문들의 실마리를 조금씩 볼 수 있게 되고 그와 함께 새로운 이야기가 진행된다. 이야기를 먼저 누설하는 것 만큼은 해서는 안될 일이겠기에 더 이상 언급할 수 없는 것이 아까울 정도.

하나의 시퀄을 두고 변화와 혁신을 가늠해 볼때 운이 나쁜 경우엔 변화는 커녕 전락을 보게 되는 경우도 잦다. 거대한 서사의 마지막인 이 작품은, 혁신이라고 부르기에는 못내 부족하지만 안정적인 변화를 보여 준다. 지금까지 사람들에게 호응받았던 부분들을 조금 더 강렬하게 다듬어 낸 작품이다. 말할 필요도 없이 Xbox 유저라면 무조건 플레이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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