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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rates of the caribbean : At world's end

Movies 2007. 5. 24. 21:56

왜 이 사진이냐..그냥.

(스포 좀 있음.)

애초에 원작이랄 게 없이 컨셉뿐인 시작이었길래 그런지 이 사람들의 목표는 한 가지였던 것 같다. 갈 수 있는데 까지 가 보기. 덕분에 1편은, 어지간한 블록버스터를 찜쪄먹는 거대한 스케일의 개그영화가 되었다. 여기저기 누더기처럼 뚫린 설정과 이야기야 신경 쓰는 사람이 없었을 테니까. 후속편을 만들면서도 이런 자세는 변하지가 않아서, 여기저기서 이야깃거리를 주워 담고 개그를 적당히 털어넣고 슥슥 섞어넣는다. 다만 작정하고 막 나가는 것에는 변함이 없지만 그 방향이 변해갔달까. 1편에 비해 2편은 무겁고 음침해지고, 2편에 비해 3편은 더욱 그렇다. 단 하나 놓치지 않는 것이 있다면 강렬한 시각적 쾌감과 롤러코스터에 비유하면 딱 맞을 액션의 완급.

그러니까 한 마디로, 이야기에 전혀 신경 쓸 필요 없이 화면에 몸을 맡기고 키들대기만 하면 되는 영화라는 이야기. 결과만 보면 나름 합리적인 [것처럼은] 보이던 잭은 시리즈가 흐를수록 문자 그대로 담백하게 [미쳐가고] 계시고, 맨날 잭만 따라 찌질찌질찌질하시던 윌과 엘은 세상의 풍파에 적당히 물들어 주셨는지 서슴없이 배신하고 뒷통수를 치는 참으로 해적다운 면모를 보이기 시작한다. 이놈이고 저놈이고 단체로 쌈싸먹어버리려는 음흉한 악당도 하나 계셔주시고, 2편에서 돌아올 수 없는 곳으로 떨어진 것으로 되어 있는 잭을 구하기 위해 새로운 인물들도 나와 주시고. 이제 적당히 버무려 넣고 탈탈탈 털어주기만 하면 되겠네.

왜 하필이면 싱가폴인지 - 그 동네 풍광이 왜 그 모양 그꼴인지는 별개로 치고 - 버켓과 잭의 계약은 무엇이었는지, 바르보사와 잭의 비밀은 무엇인지, 칼립소는 뭐먹고 살고 있는지. 해적들이 막판에 외치는 그 자유와 용기에 대한 선언이 진짜 [자유무역선]들에게는 얼마나 악몽이었을지, 고로 정말 나쁜 놈들은 누구인지..는 중요할 것 없겠다. 배는 바다를 계속 떠돌게 될 것이라는 사실 하나면 충분하지 않나. 영원히 항해하게 될 윌에게 건배. 망부석처럼 기다려야하겠지만 그래도 행복할 엘에게 축복을. 점점 좁아지는 세계, 그러나 언제나 꿋꿋이 거침없이 바다를 건널 우리의 잭 스패로우에게 만세를.

p.s : 다음 작품은 아마도 [페르시아의 왕자]가 될 거라고. 이 정도 수준으로만 만들어 준다면야 즐거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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