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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Bourne Ultimatum

Movies 2007. 9. 23. 23:51

Paul Greengrass의 성취는 실로 놀랍다. 그는 익숙하게 접해오던 요소들을 거침없이 사용하여 완전히 새로운 어떤 경지에 도달하는데 성공했다. 이전 작인 Bourne Supremacy와 이번 작 사이에 본질적으로 달라진 요소는 거의 없음에도 이 영화가 훨씬 더 나은 성취에 이르렀다고 말할 수 있는 이유는 말할 나위 없이 그 원숙미에 있다. 말하자면, 이 영화는 전작을 계승하며 전작의 성취를 웃도는 가장 모범적인 후속작인 셈이다.

채도 낮은 푸른 색조와 쉴 사이 없이 흔들리는 핸드헬드는 이번에도 여전하다. 때문에 지독하게 비현실적인 사건들이 일어나는 일상적이며 현실적인 공간을 비추는 카메라는 그 사건을 다큐멘터리처럼 보이게 한다. 관조한다기에는 지나치게 화자인 Bourne에 가까이 붙어 있는 카메라의 움직임은 그 어지러움 때문에 몰입을 방해하는 것 같이 보이지만 오히려 감정 이입을 돕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 우리는, 그 독특한 느낌의 카메라를 통해 Bourne의 여정을 함께 하는 것이다.

Bourne의 여정은 언제나 그의 과거를 찾는 것에 집중되어 있지만 실제로 그 과거는 그에게 그리 중요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그 과거는 날카롭게 이를 세운 거대한 적들에게 쫓기는 단초만을 제공했을 뿐이다. 끝끝내 완전하게 알려지지 않는 그의 과거가 하는 주된 역할은, 숨막힐 정도로 폭발적으로 터져나오는 액션 시퀀스들의 연결고리이다. Bourne Identity에서부터 Ultimatum에 이르기까지 Bourne의 행적을 유심히 살펴 보면 그 행적에는 외려 치밀한 논리 전개 같은 것은 보이지 않는다. 반대로 그는 감각적으로 움직이고, 적과 부딪힐 만한 장소를 찾는다. 적을 해치우기 위해 적에게 나를 드러내는 것은 적과 내가 부딪힐 당위성을 제공하기에 가장 알맞은 방법이다.

Bourne 시리즈의 액션은 언제나 비슷하다. 모양새가 아니라 분위기가 그렇다. 상처입고 땀을 흘리며 숨을 몰아쉬는 그의 모습과는 반대로 액션은 사람의 목숨을 끊는 순간에도 오히려 냉정하고 건조하다. 칼리로 알려진 격투를 구사하고, 빠르게 몸을 날리는 Bourne의 모습은 누구도 따라할 수 없는 초인적인 그것이지만 화면 속에서만큼은 온전히 현실성을 획득한다. 특별히 어려운 추리를 요구하지 않지만 지켜보는 순간 경탄하게 되는 잘 짜여진 액션은 시리즈를 거듭할 수록 능수능란해졌다. Waterloo에서 Ross를 탈출시키는 장면은 시리즈의 팬이라면 누구나 감탄하며 지켜보게 될 부분. 전작과의 연결고리가 강하지 않으면서도 전작을 즐겨 본 사람이라면 놀라게 될 작은 반전도 기가 막히다. 설정과 반전에 휘둘리지 않으면서도 보는 사람에게 경탄을 안겨주는 멋진 전개 덕분에, 결국 Ultimatum을 보고 돌아와 Supremacy를 보고, 다시 영화관으로 가서 Ultimatum을 보게 되었다.

SpiderMan이나 DieHard 시리즈가 보여준 액션이 헐리우드 영화들이 익히 보여준 익숙한 스타일의 액션이었다면 Bourne 시리즈의 액션은 그것들과는 사뭇 궤가 다른 류의 액션을 만들어 내는 데 성공했다. 새로운 전기를 찾아 헤매던 007시리즈가 Bourne의 느낌을 차용했다 하더라도, 시종일관 우울한 얼굴을 한 채로 자기 자신을 찾아 뛰어다니는 Bourne이 주는 느낌과는 같을 수가 없다. 비록 현실의 색채를 띈 Bourne이 실제로는 고뇌하는 슈퍼히어로에 더 가깝다고는 하지만, 그가 가지는 고민은 온전히 기억을 가지고 있는 우리도 함께 나눠야 하는 숙제이니까. 계획했던 것처럼 아름답게 어울리는 전작들과 함께 영화 자체로서 보여주는 탁월한 완성도 만으로 이미 Ultimatum은 Masterpiece로 부를 만 하다. 훌륭하게 마무리지은 Bourne의 마지막 여정에 찬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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